섬김으로의 부르심

구원의 연결고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지난 주 친구가 전해 준 수필 하나를 읽었습니다. 헬렌 켈러의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병으로 눈과 귀가 멀게 된 헬렌 켈러가 20세기에 가장 존경 받는 사람 중 하나로 성장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감명을 주는 인간 승리의 이야기입니다.

이 수필은 만약에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이 하루, 한 달, 혹은 1년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산다면, 우리의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게 될까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을 것을 알지만, 그 마지막 시간이 먼 후일에 있다고 생각하고, 막상 자기가 소유하고 있거나,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의 귀함을 모르고 지낸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각기능을 당연시 하여 무심코 보고, 듣고, 말하며 지내기 쉽습니다.

눈이 먼 헬렌 켈러는 무엇보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절실한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게 된다면'이라는 가상체험을 통해 자신의 소원을 투영한 것입니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제한되어 있으니 미리 계획을 잘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3일을 오전 오후, 저녁으로 쪼개서 세세한 계획을 세웁니다. 첫 날은 그 동안 자기 인생에서 사랑과 자비를 베푼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그토록 가까이서 자기를 돌보고 사랑했던 사람들, 그러나 기껏해야 그 얼굴을 쓰다듬으며 어떻게 생겼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던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둘째 날은 자연을 만나는 것입니다. 자연사 박물관에 가서 현재만 아니라 과거에 살았던 동물도 보고, 숲에 들어가서 온갖 나무들과 풀, 꽃을 볼 것입니다. 마지막 날은 인간의 예술과, 문명,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도록 계획을 세웁니다.

저는 이 수필을 읽으면서 헬렌 켈러가 자기에게 사랑을 베풀고 돌보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보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궁금해졌습니다. 헬렌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그 것은 자기를 어려서부터 가르친 앤 설리반 선생님입니다. 설리반 선생님은 헬렌을 처음에는 보모로, 좀 커서는 선생으로, 그 다음에는 동반자로 일생을 함께 한 사람입니다. 그 선생님 때문에 언어를 익히게 되었고, 미국 역사에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하는 맹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세계적인 인물이 되어, 강연과 집필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장애인을 인간으로 대우하도록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앤 설리반이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앤 설리반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이것도 보통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는 어려서 보스턴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고 합니다. 너무 증세가 심해서 의사들도 모두 포기하고 지하실 쇠 우리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짐승과 같이 울기도 하고 사람을 물어뜯기도 하고 음식을 내 던지고 해서 치유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병원에 한 늙은 여 간호사가 있어서 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돌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옆에 온 간호사를 무시하고, 음식을 거부하며, 전혀 응답이 없다가 끈질긴 사랑 앞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결국에 앤은 정상을 회복하고 병원에 남아서 정신병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하는 일을 돕게 된 것입니다. 헬렌 켈러가 그 중 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헬렌 켈러, 앤 설리반,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보스톤 정신병원의 간호사&ellipsis; 이렇게 엮어지는 사슬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치료하는 구원의 사슬의 일부가 되는 역할을 받지 않았는가 주위를 살피게 됩니다. 물론 저도 과거 언젠가 문제를 만나고 환난을 당했을 때, 용기와 믿음, 도움을 준 누군가가 있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런 구원의 연결고리가 우리를 통해서도 계속되도록 하나님은 부르시는데, 이번에는 우연히 건네진 핼렌 켈러의 글을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글쓴이: 김웅민 목사, LA복음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11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