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으로의 부르심

타인종 목회로의 부르심

사역환경

2012년 7월 1일, 두려움 반 설레임 반 첫 파송을 받게 되었습니다. 백인 회중이 99.9%를 차지하였던 DUMC (MA)로의 타인종 목회 파송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0여 년 전 한국인 담임목회자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 타인종에 대한 편견 등으로 인하여, 사역을 시작하기도 전에 “만약 우리 교회로 파송되면 우리 가정은 교회를 떠날 것이다,” “영어구사능력이 부족하다”등의 항의메일을 받았습니다. 또한 “당신의 사역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풍문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크신 하나님의 은혜와 감리사님의 중재로 인하여 6개월 후에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한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만 2년이 지난 2014년 7월 1일, 캐나다 국경과 근접해 있는 Houlton UMC, ME (full-time)와 Hodgdon UMC (Coordinating Pastor) 두 교회로의 두 번째 파송이 이루어졌습니다. 인수인계과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사역환경이 전혀 달랐습니다. 첫 번째 사역지의 인구는 약 6천 명 정도에 비슷한 규모의 교회가 5개 있었던 반면, 두 번째 사역지에는 비슷한 인구규모에 교회가 15개 이상 밀집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큰 대형 교회가 세 군데 있었고, 제가 파송 받은 교회는 “작은 교회”에 속하였습니다. 사역을 시작하면서 많은 성도들 마음속에 “작은 교회 콤플렉스”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춥고 긴 겨울 지나면서 이루어진 5번의 장례는 교회사역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편, 재정적으로는 교회가 더 이상 풀타임 사역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위기였습니다. 그때부터 틈만 나면, 교회리더들과 함께 교회에 대한 진지하고도 근본적인 질문들을 서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15년 2월부터는 매달 “Vision Saturday”라는 이름으로 교회의 비전과 방향을 함께 나누는 비전모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세대통합적 사역

비전모임을 하면서 “작은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누었습니다. 수차례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면서 본 교회가 추구해야 할 정체성은 “가족교회”라는데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가족을 경험할 수 있는 “가족공동체”! 비전모임을 하면서 오히려 작은 교회이기에 더욱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역들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는 세대통합적인 사역이었습니다. 특히 주일예배순서에 각 세대가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어린이들이 예배찬양을 인도하고, 중고등부 지체가 사회를 보며, 중고등부 중창단과 어른 성가대가 연합으로 특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큰 호응이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나도 예배자”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고, 어른들은 “새로운 생기와 에너지”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주일학교와 장년부 연합으로 일대일 멘토링 사역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수사역

작은 교회가 잘 감당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역은 바로 “특수사역”입니다. Houlton UMC에는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정신지체장애우가 6명 정도 됩니다. 나이도 장애 정도도 각각 다르지만, 각자의 은사에 따라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노래를 좋아해서 성가대에서 활동하는 장애우도 있고, 봉헌위원으로 섬기는 장애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분들이 성가대에 서기 위해서는 성가대장과 주 중에 따로 만나 연습을 해야 합니다. 봉헌위원을 하기 위해서도 먼저 리허설을 하고, 실제 봉헌시간에도 옆에 돕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라이드도 해드려야 합니다. 더 많은 수고와 헌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섬기는 사람이나 섬김을 받는 사람 모두 이 과정 속에서 가족공동체를 경험합니다. 작년 여름의 경우, 장애우 성도들을 위하여 별도로 “Special VBS”를 개최했는데,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올해도 마음이 있는 자원봉사자분들과 함께 제2회 Special VBS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지역사역공동체와의 연대사역

작은 교회는 지역공동체, 특히 지역사회의 사역공동체들과 함께 연대사역을 통하여 확장된 가족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큰 교회의 경우 여러 가지 좋은 사역들을 새롭게 만들고 주도해 나갑니다. 반면, 작은 교회는 그럴만한 자원도 여력도 없습니다. 대신,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른 훌륭한 사역공동체와 연합하여 함께 사역할 수 있습니다. Houlton UMC의 경우, “Hope & Justice Project” 사역을 후원하며 가정 내 폭력 피해자를 돕는 사역에 참여합니다. 또한 “Pregnancy Care Center” (PCC) 사역 후원을 통해 지역사회 여성과 어린이를 돕는 사역에 동참합니다. 단순히 재정적인 후원을 할 뿐만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한가족이 되기 위하여 그분들이 주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사순절 기간 동안에는 교회적으로 날마다 PCC 사역을 위해 중보하며 젖병에 기부금을 모으는 “Baby Bottle Challenge”에 시행했었고, 최근 5월에는 “Walk 4 Life” 지역행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지역사역공동체와도 한가족이 되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해산의 고통과 기쁨!

타인종 목회의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은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서로 말도 다르고 얼굴도 다른 타인종들이, 함께 가족이 되고 형제자매가 되는 것을 보고 경험하는 일입니다. 분명 타인종 목회는 여러 면에서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타인종 목회 사역지는 작은 교회입니다. 두 교회 이상을 섬겨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때로 연로하신 분들, 편찮으신 분들, 그리고 유가족들을 돌보는 사역도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한, 많은 경우, 언어와 문화 장벽의 이중고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금도 매주 설교준비는 산고의 고통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주님은 모든 문제를 덮고도 남을 더 큰 은혜를 주셨습니다. 특히 교회식구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분들이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변화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해산의 기쁨을 얻습니다.

타인종 목회를 하면서 ‘나는 너무 자질이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헨리 나우웬의 글을 묵상합니다. “목회란 고통과 기쁨 그리고 절망과 희망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을 찾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계속해서 하나님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목회자의 본분은 답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사실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도 모든 문제를 덮고도 남을 더 큰 하나님의 은혜와 격려가 넘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글쓴이: 한승리 목사/ Houlton UMC, ME
올린날: 2015년 5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