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부 교사 김 집사는 요즘 고민이 깊다. 설교 시간에 아이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부 담당 전도사도 마찬가지다. “요즘 청년들은 설교 시작 5분 만에 집중력을 잃어요.” 이것이 단지 한 교회만의 문제일까?
오늘날 설교자들은 전에 없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청중, 15초 영상에 익숙한 알파 세대, 이미지로 생각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들. 이들 앞에서 전통적인 설교 방식은 힘을 잃고 있다. 텍스트보다 이미지로, 긴 설명보다 짧은 이야기로 소통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설교의 구조 자체를 다시생각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세대를 위한 설교 구조를 구상하기 위해 세 가지 접근을 살펴볼 것이다. 먼저 전통 설교인 연역적 설교의 역사와 구조, 그리고 신설교학의 형성과 설교 구조를 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설교학에 소개되고 있는 화용론적(Pragmatics) 해석의 설교가 어떻게 디지털 세대와의 소통에 돌파구를 제공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 세 가지 설교적 접근은 다음 3부의 “도슨트 설교자”로 연결되는 의미 있는 다리를 제공할 것이다.
1. 연역적 전통 설교: 과거의 힘과 현재의 한계
연역적 설교의 역사적 배경과 구조
연역적 전통 설교(deductive preaching)는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증명해 나가는 방식으로, 기독교 설교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온 설교 방식이다. 이 설교 형식의 뿌리는 4세기 아우구스티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전 헬라 수사학에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 교설』에서 설교는 “가르치고(docere), 기쁘게 하고(delectare), 감동시키는(flectere)” 세 가지 목적을 지녀야 한다[i]고 정의하며, 설교의 구조에 있어서 ‘명제 제시 → 논증 → 적용’이라는 체계적 틀을 확립했다.
루터와 칼뱅은 교리를 수호하고 이단에 맞서기 위해 명제 중심의 논증적 설교를 활용하였고, 근대 계몽주의 시대에는 이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맞물려 연역적 설교는 더욱 체계화되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신학교에서 연역적 설교는 여전히 표준적인 설교 형식으로 가르쳐지고 있으며, ‘서론–일대지–이대지–삼대지–결론’이라는 삼대지 설교는 그 전형적인 예이다.

전형적인 연역적 설교의 구조:
- 서론: 청중의 주의를 끌고 중심 명제 제시
- 본론 (대지 전개):
- 일대지 (+ 소대지, 예화, 설명, 적용)
- 이대지 (+ 소대지, 예화, 설명, 적용)
- 삼대지 (+ 소대지, 예화, 설명, 적용)
- 결론: 핵심 내용 요약, 감정적 호소, 삶의 적용 촉구
연역적 설교의 장점과 한계
장점:
- 구조가 명확하여 청중이 설교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음
- 논리적 설득력이 강함
- 교리의 정확성을 유지하는 데 적합함
한계:
- 설교의 결론이 서두에서 드러나 청중의 기대감이나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려움
- 청중을 단지 수동적인 수신자로 만듦
- 성경의 다양한 문학 장르(시, 서사, 지혜문학 등)를 3포인트 구조로 일률적으로 해석할 경우, 본문의 의도와 감수성이 왜곡될 수 있음
2. 신설교학의 도전: 청중을 파트너로 초대하다
신설교학의 등장과 특징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설교학(New Homiletic)은 연역적 설교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설교의 중심을 ‘설교자의 전달’에서 ‘청중의 경험과 참여’로 이동시킨 것이다. 프레드 크레독, 유진 라우리, 찰스 라이스와 같은 설교학자들은 설교가 단순한 정보 전달 구조가 아니라, 청중과 함께 여정을 나누는 동적인 구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드 크레독의 귀납적 설교:
- 결론을 후반부로 미루고, 청중이 설교의 여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함
- 설교를 탐구 과정으로 보고, 설교자와 청중이 함께 본문 속 의미를 찾아가는 공동 여정으로 이해
유진 라우리의 내러티브 설교:
- 설교를 ‘시간 속의 사건’으로 봄
- 그의 5단계 구조(Oops-Ugh-Aha-Whee-Yeah)[ii]는 갈등에서 시작해 긴장을 거쳐 해결로 나아가며, 이야기 속에서 복음이 드러나게 함
실제 내러티브 설교의 구조 예시
“잃어버린 양의 비유” (누가복음 15:1-7)를 라우리의 방식으로 구성하면:
- Oops (문제 제기):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것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 Ugh (갈등 심화): 잃어버릴 때의 그 절망감과 무력함. 양을 잃은 목자의 심정은...
- Aha (전환점): 하지만 목자는 포기하지 않고 찾아 나섭니다...
- Whee (해결): 마침내 양을 찾은 목자의 기쁨!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으시는 방식입니다...
- Yeah (적용): 오늘 하나님은 당신을 찾고 계십니다. 그분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신설교학의 장점과 한계
장점:
- 설교의 긴장감과 기대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음
- 성경의 다양한 문학 장르(내러티브, 시편 등)를 그 본래의 형태로 존중하여 전달함
- 청중을 수동적 수신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변화시킴
한계:
- 복음의 진리가 상대화될 위험
- 형식에 치중하다 보면 신학적 깊이와 교리적 정확성이 약화될 수 있음
3. 알파 세대에게 연역적 전통설교와 신설교학이 한계를 보이는 이유
* 연역적 설교: “스포일러” 설교의 한계
8초의 법칙 : 틱톡에서 8초 안에 핵심을 파악하는 알파 세대에게 “오늘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첫째로...”라고 시작하는 설교는 이미 힘을 잃은 콘텐츠이다. 30분간 이어지는 논리적 전개는 ‘스포일러’를 당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는 것과 같다.
일방향 독백: 유튜브 실시간 채팅에 익숙한 세대에게 30분간 “조용히 듣기만 하라”는 것은 고문이다. 그들은 참여자이지 관람객이 아니다.
장르 무시: 시편의 감정적 울림을 논리적 3대지로 설명하거나, 요한계시록의 환상을 도덕적 교훈으로 축소할 때, 알파 세대는 이를 “억지 해석”으로 받아들인다.
* 신설교학: “뻔한 이야기”의 함정
예측 가능한 전개: 넷플릭스의 반전에 익숙한 알파 세대에게 ‘갈등→위기→해결’의 뻔한 패턴은 지루할 뿐이다.
얕은 감동, 깊이의 상실: 스토리텔링 기법에 매몰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신학적 깊이가 사라진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삼위일체가 무엇인지, 구속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감정 중심의 개인주의: 복음이 ‘나의 느낌’으로 축소되고, 교회 공동체가 함께 고백하는 신앙은 사라진다.
4. 새로운 설교 구조로의 이행을 위하여
전통적 연역적 설교와 신설교학 모두 각각의 시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디지털 Only인 알파 세대 앞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전통의 바탕 위에 새로운 설교 구조를 세우되, 시각적 언어와 체험적 소통이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별히 향후 소통의 매개체가 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구현이 효과적일 설교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 화용론적 해석학: 새로운 돌파구
이러한 전환의 핵심 열쇠는 화용론적 해석학(Pragmatic Hermeneutics)[iii] 이라는 새로운 접근에 있다. 이 접근법은 단순히 ‘본문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넘어서 ‘본문이 무엇을 수행하는가’에 주목한다.
화용론적 설교 해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래된 이솝우화의 ‘욕심 많은 강아지’를 생각해 보자.
강아지는 뼈를 물고 기뻐하며 다리를 건너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다. 뼈를 물고 있는 강아지로 착각해 욕심에 사로잡힌 채 반사된 자신의 모습에 대고 짖는다. 입을 여는 순간, 물고 있던 뼈마저 잃게 된다.
이솝우화의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무언가를 깨닫고 반응하기를 바란다. 이 이야기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교훈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족하면 어리석은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라는 지혜로 독자를 안내한다.
화용론적 관점에서 성경 저자는 성경 본문을 통해 무언가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설교자는 성경 본문의 저자가 본문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여 청중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설교자는 본문을 연구하며 정통적 설교와 대비해 정적인 명제가 아닌 역동적인 행위, 그리고 논리적 설명이 아닌 시각적 드라마를 포착해야 한다.
그러므로 화용론적 해석은 기존의 접근법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 전통적 연역설교 해석: “욕심 많은 개” →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명제 추출
- 신설교학 해석: 이야기의 구조와 형식에만 주목
- 화용론적 해석: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실제로 수행하려는 바를 발견
화용론적 접근이 알파 세대에게 적합한 이유
1. 이미지화 가능성
화용론적 해석은 본질적으로 ‘행위’에 주목한다. 행위는 시각적으로 묘사하기 쉽고, 알파 세대가 선호하는 동영상이나 인포그래픽으로 구현하기에 적합하다. 반면 연역적 전통설교는 “이웃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추상적 명제로 시작하여 3가지 교리적 포인트로 설명하기 때문에, 이를 이미지나 영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러한 개념들은 시각화하기보다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2. 참여적 구조
화용론적 접근은 청중을 본문의 세계 안으로 초대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수행하는 행위에 청중이 직접 참여하게 된다. 이는 알파 세대의 참여 지향적 특성과 일치한다.
* 설교자의 역할 전환: 전달자에서 도슨트로
이러한 해석학적 전환은 자연스럽게 설교자의 역할 재정의로 이어진다. 설교자는 더 이상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본문의 세계로 청중을 안내하는 도슨트(Docent)가 되어야 한다.
도슨트는 복잡한 예술 작품을 대중에게 저자의 의도와 그림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전문가이다. 이 개념을 설교에 적용해 보면, 설교자는 성경 본문을 신성한 작품으로 보고 성경 본문의 세계로 청중을 안내하고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도슨트 설교자의 특징
- 안내자: 복잡한 본문의 의미와 저자의 의도를 시각화하여 설명
- 동반자: 청중과 함께 본문 속 세계로 함께 걸어가는 파트너
* 미래 매체와의 만남
이러한 화용론적 해석으로 설교를 진행하는 도슨트 설교자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서 설교하기에 쉽다.
화용론적 해석의 핵심은 “본문이 무엇을 수행하는가”에 있다. 전통적 해석이 정적인 의미 추출에 머문다면, 화용론적 해석은 본문의 역동적 행위를 포착한다. 이러한 수행성은 증강/가상현실에 기술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 증강/가상현실은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행위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아직 구현은 어렵지만, 화용론적 해석학은 이미 다가오고 있는 증강/가상현실 설교 시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설교 신학적 토대가 된다. 다음은 가까운 미래에 가능해질 설교의 한 예시다.
누가복음 15장의 탕자 비유를 보자. 화용론적 해석은 “회개하라”는 명제 전달이 아니라 “아버지의 무조건적 사랑을 경험하게 하여 자발적 회개로 이끈다”라는 본문의 수행적 행위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머지않은 미래에 도슨트 설교자는 교회 강단 위에서 증강현실 환경에서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하여 탕자의 삶을 3차원으로 펼쳐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청중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탕자가 아버지의 집을 떠나 먼 나라로 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돼지우리에서 절망하는 탕자의 모습이 강단 중앙에 홀로그램으로 나타나고, 청중은 그의 굶주림과 후회를 생생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 홀로그램 탕자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며 일어설 때, 동시에 교회 뒤편에서 아버지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달려오기 시작한다.
이때 화용론적 해석의 수행적 효과가 나타난다. 청중은 단순히 ‘아버지가 탕자를 용서했다’라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달려오는 발걸음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체험한다. 홀로그램 아버지가 청중들 사이를 지나가며 달려갈 때, 각 개인은 마치 그 사랑의 대상이 바로 자신인 것처럼 느낀다. 이는 본문이 원래 수행하고자 했던 바로 그것 –‘당신이 바로 그 탕자이며,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의 대상’이라는 실존적 깨달음을 일으킨다. 이런 효과는 가상현실 환경에서 더 크게 작용한다.
강단에서 두 홀로그램이 포옹할 때, 청중은 관객이 아닌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어떤 이는 탕자의 위치에서, 어떤 이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 순간을 경험한다. 이러한 다층적 참여는 본문이 수행하고자 하는 ‘회개와 용서의 상호작용’을 청중 각자의 삶 속에서 실제로 작동시킨다.
화용론적 해석과 증강현실 기술의 결합은 2천 년 전 저자가 의도했던 바로 그 목적—독자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21세기의 기술로 구현해 낸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 설교의 미래다. 정보 전달에서 체험으로, 설명에서 참여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복음이 전해지는 새로운 설교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5. 새로운 설교 구조를 향한 전망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디지털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것을 방관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소통 매체로 복음을 전할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2천 년 전, 예수님은 농부에게는 씨 뿌리는 비유로, 어부에게는 그물 비유로 말씀하셨다. 사도 바울은 아테네에서 그들의 문화와 철학을 통해 복음을 전했다. 21세기 설교자들도 디지털 세대의 언어와 문화를 통해 귀한 복음을 전해야한다.
다음 3부에서는 도슨트 설교자가 현재 어떻게 시각적 설교를 구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어떻게 설교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제 새로운 매체를 통해 “무엇을 들었는가?”에서 “무엇을 보았는가?”로 귀에서 눈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복음을 체험하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나아가자. 미래의 설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역동적이고 감동적일 것이다.
[i] St. Augustine, De doctrina Christiana, in Nicene and Post-Nicene Fathers, ser. 1, vol. 2, ed. Philip Schaff (Peabody, MA: Hendrickson, 1996), 4.2.4.
[ii] Eugene L. Lowry, 『이야기식 설교구성』, 이연길 역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01), 37.
[iii] 화용론적 해석학(Pragmatic Hermeneutics)을 더 자세히 보려면 Abraham Kuruvilla, Text to Praxis: Hermeneutics and Homiletics in Dialogue (New York: T&T Clark, 2019), A Manual for Preaching: The Journey from Text to Sermon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19)과 Richard S. Briggs, Words in Action: Speech Act Theory and Biblical Interpretation (Edinburgh: T&T Clark, 2001)을 참고하라.
민권홍 목사는 미국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며 감리교신학대학교 설교학 객원교수로 섬겼다. 현재 뉴욕연회에서 목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