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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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를 사명자로 깨워라

목회를 시작한지 십 년이 되던 겨울이었다. 나는 그간 쌓인 피로로 인해 독감균에게 그만 지고 말아 고열에 시달려 자리에 눕게 되었다. 죽을병은 아니었지만 몸살까지 겹쳐 꼼짝도 못하고 며칠을 누워 있으면서 꿈을 꾸게 되었다. 비몽사몽간에 여러 가지 생각과 이미지들이 지나갔지만 잊혀지지 않는 꿈의 한 장면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삐뚤삐뚤 줄을 지어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나는 그들을 인도하는 사람이라 옆에서 지친 모습으로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걷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힘이 없고 무표정하고 케세라세라의 태도인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관심도 없이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걸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어둡고 답답하던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꿈속에서 엉엉 울다가 깨어 보니 베개가 흠뻑 젖도록 내가 울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성령님께서 그때 내게 주시는 깨우침이 있었다. "저것이 너의 모습이고 네가 돌보는 네 양떼의 모습이다. 방향감과 사명감이 없이 어디로 가는지, 왜 가야 하는지 묻지도 않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저들을 깨워라. 저들에게 사명감을 주어라."

이 꿈에서 깨어난 나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지난 십 년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성공하는 목회를 해 왔다고 생각한 것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공들여 설교 준비하고 성도들을 잘 돌보고 심방 열심히 하고 이런저런 사역을 많이 하는 것이 주님이 나를 목사로 부르신 목적이 아니란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주님이 내게 맡겨 주신 충성된 자들을 주님의 제자로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예수님의 관심은 언제나 무리, 즉 대중에 있지 않고 소수의 제자들에게 있었다. 지상에 계실 때 가장 심혈을 기울여 하신 일도 열두 제자를 훈련시킨 일이었고,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최후로 해 주신 말씀도 제자 삼으라는 말씀이셨다. 마태복음 28:19-20절을 우리는 예수님의 지상명령, 또는 대사명이라 부른다. 예수님의 복음을 믿어 먼저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또 예수님의 제자를 만드는 일이 주님이 당신을 따르는 모든 자들에게 주신 사명인 것이다.

사명이 없이 살아가는 삶은 생명력이 없다. 인생의 목적과 방향과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목숨만 부지해 가는 것이 행복한 삶일 수 없다. 옥한흠 목사님이 쓰신 <다시쓰는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에서 "불행하게도 많은 교회에서 평신도가 잠을 자고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내 꿈에 보여 주신 반쯤 감긴 눈을 하고 무기력하게 걸어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평신도들은 왜 잠을 자고 있는가? 첫째, 평신도의 개념이 잘못 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신도는 목회자에 비해 하위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다. 목회자의 시녀는 더욱이 아니다. 평신도나 목회자나 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여 성령을 모시고 사는 하나님의 평등한 자녀들이다. 모두 다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각자가 받은 은사에 따른 기능이 있을 뿐이다.

목회자만이 교회의 주체가 아니다.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 교회의 주체이고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갈 소명이 있다. 다만 루터가 말한 대로 "목사와 다른 신자 사이의 어떤 차이, 특히 신분상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특별한 명령으로 어떤 봉사가 하나의 직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목사의 직분은 다른 것과 확실히 구별"되는 것으로 목사에게는 목사대로 고유한 기능이 있고 평신도에게는 평신도의 고유한 기능이 있는 것이다.

에베소서 4:12절 말씀대로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의 일을 하게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는" 것이 목회자의 기능이다. 평신도는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소명자로서 봉사의 일을 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성도들이다. 이 기능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목회자는 평신도를 돕고 격려하고 준비시키고 훈련시키는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평신도는 훈련을 받을 의무와 권리가 있다.

둘째로 평신도들이 잠을 자고 있는 이유는 어떻게 준비해서 주님을 섬길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예배에 참여하고 설교 듣는 것으로는 세상을 향한 사명을 감당하기는커녕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도 어렵다. 강력한 양육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아야 평신도로서 사역을 감당하도록 세워질 수 있는데 말씀이 좋다고 이리 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귀만 즐겁게 하는 신앙생활로서는 훈련이 되지 않는 것이다.

NCD(Natural Church Development)에서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교회로 지명한 풍성한교회 김성곤 목사님에 의하면 신앙성장에는 지름길이 있는데, 이는 양육과 훈련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승진을 위해 밤새 공부하고, 풍족한 삶을 살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수고한다. 그러나 신앙에 관해서는 믿음의 성장을 위해 자기를 쳐서 복종시키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면 저절로 신앙이 자라는 것으로 오해한다. 또한 열심히 봉사하고 십일조하고 헌신하지만, 체계적 훈련이 없이 봉사하다 보면 어느 한 순간 자기 한계에 부딪치고 실족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내가 섬기고 있는 뉴져지연합교회는 평신도를 세우는 교회이다. 교회의 목적선언문을 보면 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평신도를 사명자로 만들어 교회, 지역사회, 세계를 향하여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하게 한다." 평신도를 사명자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과정이 정착되어 있다. 전도되어 오는 새 교우는 모두 5주간의 새 가족 훈련을 통과하여야 한다. 세례/입교 후 속회에 배치되고, 사역에 연결되며, 일대일 양육과정에 투입되어 16주의 훈련을 받는다. 일대일 양육과정을 마친 분들에 한하여 1년 과정의 제자훈련에 참여하게 되고 제자훈련 졸업자에 한해서 사명자 훈련을 1년간 받을 수 있게 된다. 모든 훈련은 목회자들이 인도하되 일대일과 속회는 훈련된 평신도들이 감당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은 사역박람회를 열어 교회의 모든 사역과 사역소그룹을 소개하고 평신도들이 사역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평신도가 세상을 살리는 일로 성령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서슴없이 그를 격려하고 세워 주어 사명자의 기능을 감당하도록 하고 있다.

6년 전에 한 평신도가 심령에 부담감을 가지고 길거리에서 일자리를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영혼들인데 그들이 막일꾼으로 천대만 받고 사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그 중 한 사람을 붙들고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마침내 교회에 자신의 비전을 나누고 협조자들을 얻어 히스패닉 사역을 시작하였다. 일주일에 네 번 저녁이면 길거리에서 적게는 30명 많게는 100여 명의 히스패닉들을 픽업해 교회로 데리고 와서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영어 교육, 직업 교육, 성경공부를 시키고 있다. 4년 전부터는 이분들의 요청으로 주일예배도 드리게 되었다. 그는 이 사역을 6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감당하고 있는 평신도 사명자이다.

한 평신도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중국 연변에서 온 중국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말은 하지만 공산주의 나라 중국에서 나고 자라서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이들에 대해 그는 부담감을 갖게 되었고 이들을 하나씩 둘씩 전도하기 시작하였다. 차가 없어서 움직일 수 없을 때, 영어가 안돼서 부당한 일을 당할 때, 그는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입이 되어 주었다. 1년 전부터 이들을 위한 영어교실을 열어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언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고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2009년 한 해만도 18명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였다.

한 평신도는 자신이 미국에 이민 와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새로 이민 오는 분들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드라이클리닝 경험 20년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드라이클리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역을 통해 수많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사업체를 가지게 되고 또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신앙생활도 시작하게 되었다.

한 평신도는 어린 아이들을 가진 젊은 엄마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이민사회에서 도와 줄 사람도 없이 아이들과 씨름하느라고 지치고 주일에 교회를 온다 하더라도 아이들 때문에 편히 예배도 드리지 못하는 엄마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는 낮에 아이들이랑 집에 있는 엄마들을 위한 여성예배를 시작하기 원했다. 엄마가 살아야 아이들이 살고, 아내가 살아야 남편이 살고, 여성이 살아야 가정이 살고, 사회가 산다면서 여성들을 영적으로 무장시키는 사명을 받은 것이다. 한 사람이 열정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어나니 목사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설교를 자원하게 되고 수많은 손길들이 아우러져서 지난 가을 WoW(Women of Worship) 수요 여성예배가 탄생하였다. 여성들만의 공간과 시간 가운데 매주 하나님께 눈물과 감사와 감격의 예배가 드려지고 있다.

교회 사역의 주인공은 평신도이다. 목회자는 주님께서 세상으로 보내신 평신도들이 마음 놓고 사역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할 수 있도록 주님의 제자로 훈련하여 준비시키는 직분을 받은 자들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들은 선수가 아니고 코치가 되어야 한다. 목회자여, 숫자에 연연해 하지 말고 한 영혼을 훈련하여 사명자로 세우는 일에 온 정열을 쏟고 인생을 걸어라.

평신도여, 깨어나라. 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신앙적으로 성장하라. 집중적인 말씀과 기도가 아니고는 오래된 습성과 생각, 자아를 변화시킬 수 없다. 훈련의 대가를 기꺼이 치르지 않고는 하나님의 계획을 발견하고 당당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없다. 하나님의 꿈에 사로잡힌 사명자가 되라. 주님의 제자가 되어 세상을 섬기는 것만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없으시기 때문이다.

글쓴이: 김지나 목사, 뉴저지연합교회 NJ
올린날: 2010년 5월 1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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