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을 기억하고, 그의 고난과 고통에 동참하고, 우리의 죄를 회개하는 시간이다. 매년 사순절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자 이마에 재로서 십자가를 표시하는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해서 부활절 전날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이 바로 사순절이다. 이 사순절을 제일 잘 수식하는 단어로는 금식, 회개, 절제, 영적 훈련 등이 있지만, 40일 동안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금식과 절제로서 거룩하고 분별된 삶을 사는 시기가 사순절이다.
이를 위해 많은 한인 교회들은 성서 필사, 특별 새벽기도회, 하루에 한 번 금식 등의 여러 방법을 통해서 교인들이 절제와 금식으로 예수님과 더 가까워지기를 원하지만, 21세기, 바쁘고 복잡한 인생을 살아가는 수많은 교인들은 삶의 무게로 인해 필사, 특별 새벽기도회, 금식 등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죄책감만 더 얻게 된다. 그렇다면, 교인들이 바쁘고 복잡한 삶 속에서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절제와 금욕, 금식의 방법을 제시해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교인들이 바쁘더라도 가족과 자녀들과 함께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금욕, 금식을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미디어 금식 –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금식
고난주간이 다가오면 전통적으로 기독교인들은 하루의 한 끼 혹은 두 끼의 식사를 금식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고난에 함께 동참해왔다. 최근 미국의 동향은 식사에 대한 금식보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나 초코릿 등을 금식함으로써 고난에 동참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세대를 사는 우리들과 우리의 자녀들에게 음식만큼 혹은 음식보다 더 많이 시간을 보내고 관심을 가지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 소셜 미디어, 인터넷, 스마트 폰, 게임 등일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테블릿과 스마트폰을 접해온 우리 자녀들과 이것이 필요악이라 생각하며 묵인해온 부모들에게 미디어 금식은 또 다른 의미의 금식이 필요할 수 있다.
퓨리서치와 커먼 센스 미디어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92%의 십 대는 매일 온라인을 방문하며, 24%는 거의 항상 온라인에 있다고 말한다. 77%의 부모가 그들의 자녀들이 모바일 장치 때문에 집중을 못 하며, 가족이 함께 있을 때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59%의 부모가 자신들의 십 대 자녀들이 모바일 장치에 중독되었다고 느끼며, 50%의 십 대들은 자신들이 모바일 장치에 중독되었다고 느낀다.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셜 미디어를 하는 성인들은 평균 하루에 2시간가량 소셜 미디어를 하며 이는 그들의 평생이란 시간에 비교할 때, 약 5년 4개월과 맞먹는다. 즉 그들 인생의 5년 4개월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가 현대 기독교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순절 동안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하자는 것이 미디어 금식의 주된 목적이며, 이미 한국에서는 문화 사역 단체인 낮은울타리와 팻머스문화선교회에서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미디어 금식이란 어른들에게도 하루 한 끼 금식보다 더 힘든 금식이 되겠지만, 자녀들이 스마트 폰과 테블릿을 사순절 동안 사용하지 않고, 그 시간에 함께 온 가족이 모여 사순절 묵상이나 가정 예배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물론 미디어 금식을 자녀들에게만 강요하고 부모님들은 스마트 폰과 테블릿, 노트북을 사용한다면 전혀 절제와 금식에 대한 효과가 없으니, 부모님들이 먼저 몸소 실천해서 자녀들과 함께 사순절 동안 미디어 금식을 하는 게 좋다.
탄소 금식 – 온 가족이 자연을 위해 함께하는 금식
2019년 7월 매사추세츠의 한 경찰서에서는 “폭염이 극심하니 범죄를 저지르실 분은 더위가 누그러질 때까지 삼가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공지하였다. 버클리어스에 따르면 2019년 여름 세계 곳곳에서 396번에 걸쳐 역대 최고기온이 갱신되었다. 이러한 폭염과 최고기온이 갱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세계에 기록적인 더위가 확산된 것은 장기적 지구 온난화 경향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연료, 석탄과 석유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다.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이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따듯한 물로 샤워, 헤어드라이어 사용, 전기 주전자, 자동차 이용, 노트북 사용, 전기밥솥, 수입고기, 가스 등 거의 모든 일상 생활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는 배출된다.
일상생활의 모든 곳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서, 하나님께서 우리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축복하신 창조 세계를 보존하자는 것이 바로 탄소금식이다. 탄소금식을 통해 쓰지 않는 플러그를 빼서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대신 개인 보온컵과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축산과정에서 생산되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고기 먹는 것을 자제하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이나 카풀을 하며, 정기적으로 타이어 체크를 하며, 꼭 필요한 만큼 물을 끓여서 일상생활에서 다소 불편하지만, 온난화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 내 다른 종교단체와 한국의 기독교환경교육센터에서 탄소금식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탄소금식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알지 못했거나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들로 조금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탄소금식을 지킨다면 탄식하며 고통을 겪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탄소금식은 일 년에 한번, 사순절 동안에 이뤄지는 일시적인 노력이 아니라, 사순절 이후에도 계속되는 지속적인 노력이 되어야 하겠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