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세대 앞에 선 설교자

사진: 제시카 루이스, 언스플레쉬.
사진: 제시카 루이스, 언스플레쉬.

변화한 세상, 그리고 새로운 세

2000년대 초반, 서울과 뉴욕 지하철의 분위기를 기억할 것이다. 손에 신문을 든 직장인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헤드라인을 훑고, 옆자리의 학생들은 친구와 수다를 떨며 웃음을 터뜨렸다. 또 누군가는 조그만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키패드를 꾹꾹 눌러 “오늘 좀 늦을 것 같아”라는 문자를 보내곤 했다. 그 시절 지하철은 사람 냄새 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2025년 오늘날, 같은 지하철을 타면 다르다는 걸 느낄 것이다. 거의 모든 승객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신문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대화 소리는 이어폰 너머로 묻혔다.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메신저로 실시간 채팅을 나누는 모습이 일상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변화를 불러온 걸까?

그 답은 이동통신 기술의 놀라운 진화에 있다. 이동통신 기술이 2G와 3G 시절, 핸드폰은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가 전부였다. “잘 도착했어?”라는 짧은 문자를 보내는 게 소통의 전부였고, 느린 속도 탓에 사진 한 장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대 초, 4G가 등장하면서 세상이 변하였다. 실시간 동영상이 가능해지며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손안으로 들어왔다. 2019년 5G가 상용화되자 가상현실(VR)[i]과 증강현실(AR)[ii]이 현실로 다가왔고, 이제 곧 6G가 개발되고 상용화되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일상 깊숙이 뿌리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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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기업들 역시 6G 기술이 적용되면 상용화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Apple은 ‘Vision Pro’로 혼합현실 시장에 진입했고, Meta는 ‘Quest’ 시리즈와 AR 안경 ‘Orion’ 개발을 통해 차세대 소통 기기를 준비 중이다. Google과 Microsoft도 각각 ‘Project Iris’와 ‘HoloLens’를 통해 AR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키아 최고경영자 페카 룬드마크는 2030년 이후에는 AR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 전망했으며, 마크 저크버그 역시 이를 차세대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ResearchAndMarkets.com도 2030년까지 스마트 안경 판매량이 9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해, AR 안경[iii]이 스마트폰을 점차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렇게 변하는 디지털 기술 속에서 태어난 세대가 바로 알파 세대(Alpha Generation)다. 알파 세대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디지털 기술이 일반화된 세상에 태어난 최초의 세대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 아빠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보고 자랐다. 유모차에 앉아 아이패드를 터치하며 놀았고, 글자를 배우기 전부터 유튜브 키즈로 동화를 들으며 자랐다.

이제 알파 세대는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등과 같은 게임이 만든 가상 세계에서 친구들과 놀며 시간을 보내고, 틱톡으로 15초짜리 춤 영상을 따라 춘다.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에 끌리고, VR 헤드셋으로 게임을 즐기며, 소셜 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그래서 이들을 ‘디지털 Only’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존 설교 방식의 한

설교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변화하는 회중에게 설득력있게 전하는 일이다. 초대교회에서 바울이 회당에서 강론하며 복음을 전했을 때나, 중세 설교자들이 성경을 풀이했을 때나, 설교는 늘 시대의 회중과 호흡했다. 하지만 알파 세대는 기존 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자라며 이전과는 다른 소통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전통적인 설교 방식이 이들에게는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 본문을 중심으로 논리적 구조로 구성된 설교, 긴 설명과 일방적 전달 방식은 알파 세대에게는 낯설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들은 “듣는 세대”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시각적으로 습득하는 세대”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들에게 효과적인 설교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설교는 더 이상 말의 나열이 아니라, 회중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성경 이야기와 복음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몰입형 경험[iv]이 되어야 한다.

설교는 말이 아니라 ‘경험’이 된

예수님께서 비유를 사용하신 것도 단지 지적인 이해를 위해서가 아니라, 청중을 진리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이 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세대는 멀티태스킹과 짧은 집중력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Only 세대’다. 설교자가 이러한 알파 세대의 특성을 무시한 채 긴 설명, 추상적인 신학, 반복적 어휘를 사용할 경우, 알파 세대 회중은 쉽사리 설교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단순한 오락이나 쇼맨십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이들이 “짧은 시간에 본질을 파악하려는 본능”을 존중하며, 말씀의 핵심을 분명하고 생생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성경 이야기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미국에서 다양한 설교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6년 미국에서 시작된 VR Church의 설립자인 DJ Soto 목사는 이러한 질문에 도전적으로 응답하였다. 그는 2016년, 전통적인 교회의 틀을 깨고 세계 최초의 VR Church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회중이 VR 헤드셋을 쓰고 3D 예배 공간에 들어와 예배드린다. 예수님이 바다 위를 걸으시는 본문이 설교 될 때, 회중은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 함께 바다 위를 걷는 체험을 하며 설교자로부터 성경 이야기를 듣고 경험하게 된다. 설교는 듣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사건이 된다.

이러한 시도는 아직 생소하고 논쟁적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알파 세대는 이러한 경험 기반의 설교 방식에 훨씬 더 깊이 반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고도화될 기술, 특히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은 설교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AR 안경을 통해 설교 중 성경 지도가 눈앞에 펼쳐지고,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포도원이나 들판이 입체적으로 재현되는 시대. 이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향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오늘의 세대가 이해하고, 감동하고, 살아내게 돕는 것.”

알파 세대 앞에 선 설교자

그렇다면 알파 세대 앞에 선 설교자는 어떻게 설교해야 할까?

단지 ‘전달자’가 아니라, 말씀의 세계로 회중을 이끄는 안내자, 하나님의 메시지를 현대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해석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문 앞에 서 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 그리고 그 안에서 복음의 본질을 지켜낼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의 회중, 특히 알파 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는 이미지와 영상 중심의 시각적 소통에 익숙하다. 이처럼 변화한 정보 수용 방식 앞에서, 설교자는 이제 어떤 언어와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이들의 마음 깊숙이 다가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깊은 대화이다.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다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변하지 않는 복음의 진리를 붙들되,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균형 잡힌 자세가 설교자에게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떠한 길을 걸어왔고, 또 현재 당면한 상황 가운데에서 어떻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앞으로 제시할 두 편의 글에서는 교회의 전통적인 설교 방법론에 대해 정리해 보고,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설교 방식을 제안할 것이며, 이를 ‘도슨트식[v] 설교’라 부를 것이다.

설교자는 이제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다.
성경이라는 위대한 전시관을 회중과 함께 걸으며, 말씀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보게’ 하고 ‘느끼게’ 하는 안내자, 곧 도슨트가 되어야 한다. 회중이 말씀을 단지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보고, 이해하고, 깨닫는 자리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설교자의 상을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한다.

2부 설교의 구조를 다시 짜다 – 디지털 세대를 위한 설교구성

3부 “도슨트 설교자 – 말씀을 안내하는 새로운 길”


[i] VR (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컴퓨터로 생성된 3차원 환경에 사용자가 몰입하여 마치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기술.

[ii] AR (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정보, 이미지, 소리 등을 실시간으로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현실과 디지털 정보를 융합시킨다.

[iii] AR 안경 (Augmented Reality Glasses): 현실 세계의 시야에 디지털 이미지나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전자 기기. 사용자는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현실과 가상의 요소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으며, 정보 확인, 내비게이션, 번역,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iv] 몰입형 경험 (Immersive Experience): 사용자가 현실을 잊고 가상의 환경이나 콘텐츠에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설계된 경험. 감각, 감정, 공간적 요소 등이 결합해 높은 몰입감을 유도한다.

[v] 도슨트 (Docent):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해설하고 안내하는 전문 해설사.


민권홍 목사는 미국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며 뉴욕연회에 파송받아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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